세수를 마칠 때쯤이면 세면대에 물이 손목 높이까지 차 있습니다. 비누 거품이 소용돌이도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 한참 만에 내려가죠. 며칠 전부터 조금씩 느려지더니 이제는 양치 한 번에 물이 반쯤 고여요.
뚫는 약품을 부어본 분이 많을 겁니다. 하루 이틀은 나아진 것 같다가 도로 제자리로 오고요.
세면대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. 범인이 관 속 깊은 데가 아니라 마개 바로 아래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.

약품을 분어도 그대로인 이유
세면대 물이 늦게 빠지면 관이 막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. 그런데 세면대로 내려가는 건 물과 비누 그리고 머리카락이에요. 기름이 흘러드는 주방과는 막히는 방식부터 다릅니다.
머리카락은 팝업 마개의 축에 걸려서 아래로 못 내려갑니다. 거기에 비누 찌꺼기와 물때가 엉겨 붙으며 그물 모양 덩어리가 되죠. 물이 그 그물을 비집고 지나가느라 느려지는 겁니다.
뚫는 약품이 힘을 못 쓰는 까닭이 여기 있어요. 약품은 기름기와 비누 찌꺼기를 분해하는 물건이라 머리카락 뭉치는 겉만 미끌미끌해지고 뼈대가 남습니다. 며칠 뒤 도로 느려지는 건 남은 뼈대에 새 머리카락이 계속 걸리기 때문이고요.
증상으로도 가려볼 수 있습니다.
- 물이 처음부터 천천히 빠지고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
- 마개 둘레에 거뭇한 테두리나 물때 띠가 보인다
- 배수구 쪽에서 미끈한 덩어리가 걸려 나온 적이 있다
하나라도 맞으면 마개 쪽입니다. 반대로 어제까지 멀쩡하다 하루아침에 꽉 막혔다면 이물질이 통째로 넘어간 경우라 이 글의 순서로는 안 풀립니다.
누름식과 당김식은 분해법부터 다릅니다
팝업은 두 방식이 있습니다. 분해 방법이 갈리니까 유형부터 확인해야 해요.
| 구분 | 누름식 | 당김식 |
| 여닫는 법 | 마개를 눌렀다 떼면 열리고 닫힌다 | 수전 뒤의 봉을 올리고 내려서 조잙한다 |
| 구조 | 마개가 배수구에 얹히거나 끼워져 있다 | 세면대 아래 가로 막대가 마개와 연결돼 있다 |
| 분리 | 마개를 잡고 반시계로 돌리면 빠진다 | 아래 연결 너트를 풀어야 마개가 빠진다 |
| 걸리는 시간 | 1~2분 | 10분 안팎 |
마개를 잡고 돌려보면 바로 압니다. 돌아가며 올라오면 누름식이고 꿈쩍 않는데 수전 뒤에 봉이 있으면 당김식이에요.
누름식도 두 갈래가 있습니다. 마개만 쏙 빠지는 것과 나사식 축이 통째로 올라오는 것. 돌렸는데 마개가 헛돌기만 하면 축째 잡고 돌려야 하는 유형입니다. 수건 한 장을 덧대고 잡으면 미끄러지지 않아요.
분해와 청소 다섯 단계
- 마개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봅니다. 빠지면 누름식이니 3번으로 건너뜁니다
- 당김식은 세면대 밑으로 들어갑니다. 배수관 옆에 비스듬히 꽂힌 막대의 너트를 손으로 풀고 막대를 뒤로 뽑으면 마개가 위로 빠집니다
- 축에 감긴 머리카락 뭉치를 걷어냅니다. 비닐장갑을 끼고 칫솔로 훑으면 물때까지 같이 벗겨져요
- 마개를 도로 꽂고 막대를 마개 아래 구멍에 걸어 너트를 잠급니다. 손힘으로 멈추는 데서 끝내야 합니다
- 물을 받았다가 빼봅니다. 소용돌이가 생기며 빠지면 끝난 거예요
몸통은 3번입니다. 앞뒤 단계는 그 덩어리에 손이 닿게 하는 절차일 뿐이에요. 걷어낸 뭉치는 변기가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보냅니다. 변기로 넘기면 막힘 후보를 옆자리로 옮겨 심는 셈이거든요.
2번에서 막대가 안 뽑힌다고 힘으로 당기다 사고가 납니다. 세면대 밑 부속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라 공구로 세게 조이거나 억지로 비틀면 금이 가요. 너트를 다 풀었는데도 안 빠지면 막대를 좌우로 살살 흔들며 빼야지 배수관 전체를 흔들면 이음매가 벌어져 물이 샙니다.

다시 끼웠는데 마개가 말을 안 들을 때
조립하고 나면 흔한 말썽이 둘입니다. 마개가 아예 안 움직이거나 닫아도 물이 새거나요.
안 움직이는 건 막대가 마개 아래 구멍에 안 걸린 채 조립된 겁니다. 너트를 풀고 마개를 살짝 든 상태에서 막대를 다시 넣어 걸면 돼요.
닫았는데 물이 빠져나가는 건 마개 높이로 잡습니다. 세면대 뒤 수직 봉과 가로 막대가 만나는 자리에 조임 나사가 있는데 여기를 풀면 물리는 위치가 바뀌어요. 마개가 떠 있으면 한 칸 내리고 너무 꽉 닫혀 안 열리면 한 칸 올립니다.
너트 자리에서 물이 비치면 반 바퀴만 더 잠급니다. 새는 게 무서워 힘껏 잠그면 고무 패킹이 눌려 다음 분해 때 너트째 깨져요.
닦았는데도 느리면 어디를 보나
마개를 씻어 끼웠는데 물 빠짐이 그대로일 때가 있습니다. 덩어리가 축이 아니라 그 밑 굽은 관 구간에 있는 거예요. 솔이 들어가는 깊이와 물 온도 기준은 관 벽을 훑는 솔질 요령 글에 따로 있어요.
청소하고 일주일 안에 도로 느려지는 것도 신호입니다. 축을 아무리 닦아도 관 벽에 붙은 층이 남아 있으면 거기서부터 다시 자라거든요.
내일 아침 세수부터는 물이 손목까지 차오를 일이 없어야 정상입니다. 세면대 물 빠짐의 절반 이상은 마개 아래 5분짜리 문제예요. 약품 한 통을 사기 전에 비닐장갑 한 짝부터예요.
몇 주 간격으로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, 마개가 아니라 관 쪽을 봐야 하는 상황인지부터 가려내야 헛손질이 줄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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